#4 나답게 일한다는 것
나답게 일한다는 것. 최명화. 인플루엔셜. 2022
나다움은 쉽게 발견되거나 정의되지 않는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계속 변하고 나는 새로운 생각으로 끊임없이 장착된다.
그것은 현재 진행형 숙제이며, 나 혼자 풀어야 할 답안 없는 문제 해결 과정이다.
온전한 나는 내가 희망하거나 정의하는 것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탐색과 경험을 통해 발견된다. 그리고 확장되면서 완성된다.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그래서 재미있다.전략적 밑그림을 갖고 전술적으로 움직여야 이 여정을 즐길 수 있다.
무조건적 열심이나 성실이 아닌 긴 호흡과 객관적인 시각으로 마음 근육을 단단히 하는 접근,
나를 탐색하며 가능성을 구체화해보는 작업, 덤빌 때와 물러설 때를 판단하며 기회를 극대화하는 행동….
이 여정에 필요한 것들은 지극히 전략적인 사유와 전술적인 움직임이다.
책을 읽으면서 지난 2주간 회사에서 힘들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인생을 살아가다보면, 특히 회사생활에서는 unfair & unjust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데, 이번 사건이 내가 느끼기에 그러했다.
지난 2년반동안 몸 담았던 프로젝트에서 나의 실적과 평판에 대해서 일방적인 깎아내림과 비방을, 직장 상사가 팀장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상사의 실수로 우연히 마주하게 되었을 때, 나는 겉으로 의연하고 담담하게 대응하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내면은 매우 당혹스러웠고 혼란스러웠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맞는지? 내가 지금까지 회사에서 쌓아올린 ‘나’라는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한 사람의 평가로 그렇게 쉽게 손상될리가 없다는 믿음도 있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했다. 평소에 내 앞에서는 웃고 잘 지냈던 사람들이 내 뒤에서는 다른 험담이나 안좋은 평가를 했던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더더욱 이 문제에 대해서 clarify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나 또한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 있는 편이기 때문에 나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나의 어떤 모습이 안좋게 비춰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우연히 상대의 실수로 그 이메일을 내가 받게되어 알게 되었지만 그 실수가 없었더라면 나는 이런 평가에 대해서 알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것이(beyond my control)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 사람을 쫓아다니며 나에 대해서 어떤 평가를 하는지 관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몫을 하는 것이고 상대가 나에 대해서 어떤 얘기를 하던 그것은 그 사람의 몫이다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적절한 설명이나 나의 입장에 대해서 얘기할 그 어떤 기회도 없었기 때문에 일련의 과정이 부당함을 지울 수는 없었고 이 생각이 오랫동안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나의 고군분투, 성과를 설명하기에는 허술한 몇 문장과 네거티브한 형용사 몇 개로 너무 부족하다. 그래서 나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는 기회를 가져야겠다고 결심했고, 해프닝 이후에 열흘정도 지났을때야 비로소 나의 의견을 담은 이메일을 보내고 면담의 기회를 가졌다.
다행히 대화를 잘 했고 나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고 상사가 팀장에게 보낸 이메일을 정정하고, 팀장에게 가서 본인의 일방적인 평가를 바로잡은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상사가 나에게 어떤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고 선입견과 편견으로 낙인을 찍어버리는 군대식 조직문화에 본인이 익숙하기도 하고 (잔인하지만 간편하기 때문에) 의사소통 스킬이 워낙 떨어지다보니 팀원과의 면담 자체를 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대화를 하다보니 본인이 왜 그랬는지에 대해서 풍부한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해명을 하는데… 그분 입장도 이해도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번 일을 정당화하거나 합리화 할 수는 없다는 것이 명백하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나의 의사를 전달했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더 잘 알게되었다. 나는 갈등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최대한 상황자체를 회피하려고 하는 기질이 지배적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적당히 상황을 모면하고 회피하는데에 급급한 면이 있다. 그리고 의사소통의 과정은 생략해버리고 적당히 상대의 의도나 관점을 추측하면서 나름대로의 결론을 미리 지어버리고 그에 따라서 다음 행동을 결정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인생을 살면서 마주하는 문제에서 투쟁 도피 전략에서 나는 대부분 도피를 선택해왔다. 굳이 맞서 싸우기 보다는 우회하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우회를 할 때 하더라도 억울함이나 소통의 부재에서 생겨나는 오해는 풀어내는 것이 맞다. 상대가 나의 입장을 알지 못하고 오해를 하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감정적인 대응은 배제하고 이성적으로 충분히 설명하고 대화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직장생활에서 마주하는 상사들 특히 40-50대 남자들은 의사소통 스킬이 매우 떨어지고 여성 직원들과 마주 앉아서 대화하는 상황 자체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내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고 기회를 찾아야 한다.
회사생활 11년이 넘어가니 나도 풍부한 사례들이 쌓이고 있다.